1. 로키, 그는 드디어 신이 되었다.-줄거리
마블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개봉했던 많은 마블 영화들의 빈약한 스토리와 흥행 실패에 대해 뼈저리게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한 참혹한 상황 속에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로키 시즌 2는 꽤 놀라웠습니다. 사실 로키 1도 등장인물들과 설정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시즌 2는 이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나올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과는 달리 깔끔하게 마무리를 맺어 이후 마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올려놨습니다.
시즌 2의 줄거리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시즌 1 마지막에 시간 직조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시간선을 버티지 못하고 모든 시간대가 파괴될 위기에 처하게 되고 그 시간선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로키(톰 히들스턴)가 시간변동관리국(Time Variance Authority, TVA) 사람들과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그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로키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들며 흩어져버린 TVA 사람들을 모으며 정신적으로도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여러 번의 시도 아니 몇 천 번의 시도 끝에 시간선 붕괴를 막으려던 로키는 결국 자신이 더 나은 대체자가 되기위해 시간 직조기로 향했고, 직조기로 가까이 가면 갈수록 아스가르드 시절의 모습으로 변해가며 기계를 해체하는 데 성공합니다. 둥둥 떠다니는 시간선의 조각들을 로키가 움켜잡고 생명을 불어넣으며 로키는 그 시간선 속에서 나무처럼 자리 잡으며 시간을 수호하는 진정한 신의 모습으로 마무리 짓게 됩니다.
2. 마블의 마지막 구원 투수, 로키 시즌2
최근 마블에서 선보인 영화, 드라마들의 잇달은 참패로 팬들의 기대감이 낮아져 있는 상황에 로키 시즌 2는 마블의 마지막 남은 구원 투수로 보입니다. 특히 앤드게임 이후 복잡해진 멀티버스 판 때문인지 너무나도 다양한 새로운 캐릭터, 그리고 각 영화 드라마 간의 개연성 축소등으로 영화의 방향성을 못 잡고 갈팡질팡하던 마블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제가 느끼기로는 구원투수라기보다는 혼자 살아남은 느낌이기는 합니다만, 캐릭터에 집중하여 스토리를 전개한 것이 성공한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시즌2에서 스토리가 완벽히 마무리 지어지기 때문에 시즌3가 다시 나오기에는 매우 어려워 아쉬움 남습니다만 로키의 마지막으로는 지금의 결말이 완벽해 보입니다. (마지막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언젠가 다시 나올 수도 있겠죠?)
3. 새로운 인물의 등장
시즌2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인 우로보로스와 빅터 타임리도 시즌2 흥행에 한몫을 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특히 빅터 타임리의 경우에는 정복자 캉이 되기 전 전혀 다른 모습의 캐릭터를 완벽히 연기해 드라마의 흥미를 더 끌어당겼습니다. 우로보로스의 등장으로 TVA의 장비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천재 과학자 역할로 로키를 도와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데 공헌합니다. 기존에 등장했던 미스 미닛의 경우에도 새로운 캐릭터로 느껴질 만큼 시즌 1의 귀여운 안내원 캐릭터에서 2에서 야욕을 보이는 장면에서 사람이 아닌 그림에서 느껴지는 표정연기에 소름 돋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흥미있게 시즌2를 다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라 하면 로키가 장난의 신으로 불리는 그 모습으로 결말이 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악동으로써의 모습도 좀 남았으면 감동이 더 했을 텐데 마지막에 너무 어른이 되고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로키라는 캐릭터는 원래 그런 악당이면서도 싫어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완전한 신이 되면서 피터팬이 어른이 된듯한 느낌을 받아서 아쉬웠습니다. 책임을 진 왕의 모습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 로키의 예전 악동 같은 모습을 바라는 건 저의 욕심이었을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영화가 아니다 보니 회가 많아서 줄거리가 늘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오래간만에 마블다운(?) 스케일과 전개의 모습을 봐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습니다. 앤드게임에서 나왔던 몇몇 캐릭터들에게 대한 사람들의 사랑을 로키 2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로 나왔다면 너무 짧은 시간이라 로키의 성장 스토리를 잘 표현하지 못했을 것 같지만 스토리 전개가 더 빠르게 느껴져서 오히려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